[음담사설] 엘튼 존이 리메이크해 줄까? Candle In The Wind 2022

내셔널타임스 승인 2022.11.07 12:16 의견 0
출처 픽사베이

- 이승훈 작가의 ‘음담사설’ (音談事設:음악으로 개인적 생각을 말하다)
* 작가소개 :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이제는 음악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갱년기 중년남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가 사망한 지 11년이 지난 1973년.
영국의 가수 엘튼 존 (Elton John)의 새 앨범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물론 그 앨범이 인기 있었던 이유는 ‘Goodbye Yellow Brick Road’란 노래 때문이었지만, 그 앨범에 수록된 노래 ‘Candle In The Wind’도 사랑을 받았고 그 노래가 마릴린 먼로를 추모하는 곡이란 이유도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24년이 흐른 1997년. 엘튼 존은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통화의 주요 내용은 ‘사라 스펜서(Sara Spencer)가 자신의 동생 장례식에서 엘튼 존이 노래를 부르길 원한다’라는 내용이었죠.

여기서 사라 스펜서의 동생이 우리에겐 故 다이애나 왕세자비로 알려진, 다이애나 스펜서 (Diana Spencer)입니다.
엘튼 존은 고인이 된 다이애나를 위해 어떤 곡을 부를까? 고민하다가 문뜩 24년 전에 불렀던 추모곡을 떠올리는데요. 바로 Candle In The Wind’입니다.
사실 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운명은 비슷한 면이 있었으니까요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점. 언론의 불필요한 관심과 확대해석 그리고 죽어서까지도 영면하지 못할 정도로 세인들의 관심이 많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이런 공통점은 엘튼 존에게 24년 전 노래를 꺼낼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줬죠.
게다가 마침 이 노래가 라디오 방송에서 다이애나 추모곡으로 방송됐다는 말을 들은 터라 엘튼 존은 주저 없이 이 노래를 장례식장에서 부를 결심을 하지만, 문제는 가사였습니다. 원곡은 오직 마릴린 먼로를 위해 만들었기 때문이죠
Hollywood created a superstar and pain was the price you paid.
할리우드는 슈퍼스타를 만들었지만, 당신에게 돌아온 것은 고통뿐이었어요.
All the papers had to say was that Marilyn was found in the nude.
신문에서 한 이야기라고는 마릴린이 누드로 발견되었다는 것뿐이었죠.
라는 가사만 봐도 단박에 알 수 있으니까요. 엘튼 존은 "Candle in the Wind"의 작사가 버니 토핀(Bernie Taupin)에게 전화를 걸어 새로운 가사를 써달라고 했고, 2시간여 만에 우리가 지금도 추모곡의 레전드로 꼽는 ‘Candle In The Wind 1997’이 완성됩니다. 어쩌면 추모곡 하나에도 수많은 역사가 담겨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에도 바람 앞에 놓인 촛불처럼 살다간 156명의 꽃다운 청춘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촛불 안에는 수많은 역사가 담겨있고 그 불꽃 안에는 더 많은 역사가 담길 수도 있었건만 이제는 다 타버리고 촛불은 꺼지고 말았습니다.
그걸 두고 누군가는 말합니다 “ 남의 나라 축제 즐기다가 죽었는데 뭐 어쩌라고”
“ 그러게, 거길 왜 놀러 가?”라고요.

하지만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 놀다가 죽으면 욕먹어도 됩니까?” “ 크리스마스 때 선물 사다가 죽으면
남의 나라 축제 즐기다가 죽은 거니 욕해도 될까요?”
죽음에는 상황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 자체가 슬픔이자 아픔인 겁니다.
다만 이 죽음에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놀러 가서 그것도 압사 당한다는 것이
2022년 대한민국 서울 이태원 한복판에 일어난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바람 앞에 놓인 촛불이 다시는 꺼지지 않도록 ‘Candle In The Wind 2022’는
다시 울려 퍼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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