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사설] 영화 워터월드 폭망과 레고랜드 김진태 사태
내셔널타임스
승인
2022.10.31 13:00
의견
0
- 이승훈 작가의 ‘음담사설’ (音談事設:음악으로 개인적 생각을 말하다)
* 작가소개 :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이제는 음악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갱년기 중년남
역대 할리우드 영화 중에 폭망한 작품을 꼽으라면 반드시 거론되는 영화가 있는데요
바로 1995년도에 개봉한 ‘워터월드(Water World)’입니다.
당시 최고 인기 배우였던 케빈 코스트너 캐스팅에 천문학적인 1억 7,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갔지만 폭망한 걸로 기억되는데요.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전 세계 흥행 성적을 더하면 총 2억 6,400만 달러를 벌어서 우리가 상상하듯이 폭망까진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워터월드를 폭망 영화의 전설로 생각하는 걸까요?
그건 바로 태풍 때문이었습니다.
갑자기 불어닥친 태풍에 물 위에 지은 초대형 세트가 무너졌고 그걸 다시 제작하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되며 연일 이슈가 됐는데요
게다가 이 일로 주연배우 케빈 코스트너와 감독 간의 갈등이 불거졌고 감독은 중도하차 했으며 케빈 코스트너는 스태프를 갈아치웁니다.
이런 일들이 계속 터져 나오니까 사람들의 머릿속엔 ‘이 영화 망했네!’란 고정관념이 생기게 된 거죠.
한마디로 태풍이 가져온 나비효과입니다.
하지만 태풍 때문에 실제로 폭망한 것은 다른 데에 있었는데요
바로 워터월드 음악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케빈 코스트너는 스태프를 물갈이하며, 자신과 일을 했던 작곡가 제임스 뉴튼 하워드(James Newton Howard)를 부릅니다.
케빈 코스트너는 작곡가에게 초현실적이고 오락 영화적인 분위기가 혼재된 스코어를 원했는데요. 작곡가는 살인적인 스케쥴 속에 음악을 뽑아내며 “이렇게 만들다간 망신을 제대로 당하겠구나!”란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물론 그의 촉은 100% 맞았죠. 영화는 망한 작품으로 평생 꼽히고 있고 음악은 아예 기억도 안 남게 됐으니까요.
한마디로 태풍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이 수렁에 빠지게 된 겁니다.
근데 요즘 한국에도 비슷한 태풍의 나비효과가 불어닥치고 있는 듯합니다.
일명 ‘레고랜드 사태’ ,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불러온 경제 도미노 현상인데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개발 시행사의 빚을 갚아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채권시장이 얼어붙었죠. 기업들의 도산을 우려해 정부는 부랴부랴 채권시장에 50조 원을 공급하는 대책을 들고나왔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채권시장 불안은 사라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2050억으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1년치 국가예산 30%로 막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겁니다.
산업계는 비상입니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으로 기업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 일명 김진태 사태’로 채권시장 마저 얼어붙으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으니까요.
이에 금융당국이 잇따라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자금시장 불안이 갈수록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여권 핵심 인사는 정부 내에선 최대 200조원까지 조달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강원도지사의 한마디에서 시작된 태풍이 나비효과를 불러오고 있는 겁니다.
물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태가 빨리 안정화되길 바라지만, 마치 할리우드판 워터월드처럼 평생 악명을 날리는 흑역사가 되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젠 레고블록만 봐도 이 사태가 떠오르니 말이죠.
저작권자 ⓒ 내셔널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