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팝정치] 섹스 피스톨즈 욕설사고와 국힘의 MBC 행
내셔널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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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3 21:15 | 최종 수정 2022.10.03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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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의 팝으로 읽는 정치
1976년 12월 1일., 섹스 피스톨즈 (Sex Pistols)는 TV 토크쇼 '그런디 쇼(The Grundy Show)'에 출연해서 생방송 도중 'fxxx'란 욕설을 내뱉어서 역대급 사고를 일으킵니다.
사실 이 사고는 욕설이 나오기 좋은 환경(?) 이었습니다.
‘퀸(Queen)’의 땜빵으로 출연해서 멤버들은 짜증이 나 있었고 ‘스티브 존스’는 아예 술을 진탕 마시고 스튜디오에 들어간 상태인데다 평소 섹스 피스톨즈에 적대적이던 MC ‘빌 그런디’가 은근히 섹스 피스톨즈를 무시하는 발언을 해대며 기름을 부었죠.
하지만 결정타는 ’빌 그런디‘ 가 멤버 뒤에 서 있던 여성 뮤지션 ’수지 수(Siouxsie Sioux)‘에게 "끝나고 한 번 볼까?"라며 노골적인 추파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술에 취한 스티브 존스가 "You dirty old man!", “You dirty bastard, You dirty fxxxr"라는 멘트를 날리며 생방송은 최악의 방송사고라는 오점을 남기며 마무리됩니다.
멤버들의 욕설도 MC의 성희롱 발언도 생방송으로 시청자들의 귀에 정확하게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그 욕설이 다소 모호하게 들렸다면?
그리고 40여 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 이번 사건이 터졌다면 어땠을까요?
한번 상상을 해 봅니다.
섹스 피스톨즈 팬들은 ’F XXX가 아닙니다. 박규라는 사람을 지칭한 겁니다”라며 연일 쉴드를 칠 것이고 ‘박규·법규·와규’ 등등 이게 맞는 거라며 논란을 부추길 거고, 이를 생방송을 한 방송사를 찾아가서 섹스 피스톨즈 탄압을 멈추라며 항의 집회를 열지 않을까요?
그리고 섹스 피스톨즈를 ‘퀸’ 대신 땜빵으로 출연시키고 욕설하도록 유도 했으니 ‘정언유착’이라며 집회를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죠. 농담입니다.
하지만 농담을 하는 이 시점에도 이번 사태가 어디로 얼마큼 뻗어나갈지 가늠조차 되질 않습니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으로 시작된 불씨가 국회로 좌우 진영 유튜버들로 그리고 언론사로 번지고 있으니까요.
섹스 피스톨즈가 ‘God Save The Queen’이라는 노래로 영국 여왕을 조롱했던 것처럼, 영국 여왕 조문 논란도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조롱하는 밴드가 생긴다면.
너무 지나친 상상일까요?
*이승훈 작가
- 유튜브 '안원구TV' 작가 겸 MC
- 팟빵 '성(우)스런 기사단' 제작
- 현재 정치·경제·과학 등 다방면에서 집필중인 생계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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